몸 고생
지난 3.5주간 미국에서 본의 아니게 거의 매일 10km 이상을 걸었던 것 같다. 3주 차로 접어들 즈음에는 사용연한이 오래되어서인지 좌측다리 발목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얼음찜질과 파스로 버티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마음 고생
관건은 2주가 지나갈 즈음에 떨어트린 스마트폰이었다.
생애 처음 써본 아이폰을 디자인 그대로 즐겨야 한다며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사용해 왔는데, 그동안 간간이 떨어뜨렸어도 맨바닥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상태가 멀쩡해 아이폰도 나름 튼튼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호텔 체크인 후 차량에서 숙소로 많은 짐을 옮기던 중 그만 스마트폰이 콘크리트 맨바닥에 헤딩을 해버린 것이다.
"으악~~!!!"
너무나 놀란 나머지 외딴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들어 올렸다. 아뿔싸! 뒷면 상단으로 길게 금이 가 있었다.
"에효..."
그때부터 이내 자책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왜 하필 그때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는지, 많은 짐을 적당히 나눠서 옮기지 않고 굳이 한꺼번에 옮기려고 무리를 했는지, 왜 애초부터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사용해 왔는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윽고 애써 나를 위로하며 그 사건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폰을 볼 때면 속상함과 자책의 목소리가 문득문득 괴롭혔다.
게다가 막상 떨어뜨렸을때는 몰랐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뒷면의 크랙이 점점 더 커지고 선명해져만 갔다.
하지만 그때 생뚱맞게도 언제나 뜻이 있고, 길이 있으며, 늘 완전한 길로 이끄신다는 최근의 묵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래뵈도 다행히 손톱으로 만졌을 때 크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내부만 그럴 뿐 외부는 여전히 멀쩡한 것 같네. 이만하길 다행이지!' 하며 애써 떨어트린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진짜로 그렇게 믿고서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며 그 상태의 폰을 들고서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를 오가며 사용하기도 했다.
결말
그렇게 한국에 도착해 여행 짐을 풀고 정리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스마트폰의 뒷면 우측 상단 구석의 유리조각 같은 것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헉! 아, 이런! 된장! 고추장! 쌈장!
진짜 결말
그때였다. 속상함 보다는 감사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파손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3.5주의 시간을 잘 버티며 제 몫을 해준 상황에 감사했다.
그렇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지만 그것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행복과 불행을 오갈 수 있다. 그건 우리 선택의 문제이며 그분에 대한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그 진리를 애꿎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진짜 진짜 결말
기가 막힌 건! 다행히 모든 것들이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잘 해결되어 결과적으로 지금 내 손 안에는 같은 모델의 새로운 스마트 폰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디자인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아주 얇은 케이스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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