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끄적임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Ted.LEE 2024. 2. 6.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시절 언젠가부터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어올때면 나의 대답은 늘 “아버지“였다.
물론 존경의 대상을 내가 몸을 담고 있는 회사나 전문 분야인 기업보안 등 특정 영역으로 한정해 물어온다면 답해 드릴 수 있는 다른 분들이 계시지만 말이다. 왜 그랬을까?

아버지의 히스토리

아버지는 전형적인 자수성가를 이루신 분이셨다.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현재는 손을 떼셨지만 중장비 사업을 하셨었다. 공사현장에서 활용되는 크레인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내가 아주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의 크레인을 운전하며 월급을 받으셨지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부터는 알뜰살뜰 모으신 돈으로 크레인을 직접 구매하여 오너 드라이버가 되셨고,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는 직접 사무실을 여시고 다수의 크레인을 운영하시면서 운전기사도 여럿을 둔 비즈니스를 운영하셨다.

그런 아버지는 IMF 사태로 우리 가족은 물론 온나라가 힘든 시기를 보내던 시절 초기에 거짓말처럼 운이 좋게도 대기업 중 한곳이 멕시코로 진출하며 좋은 제안을 받으셨지만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하시던 당신이셨기에 고민이 많으셔다. 결국 심사숙고끝에 몇년간 해외장기출장을 가셨지만 말이다. 남은 가족들도 그런 아버지를 보며 고통분담을 해야겠다며 나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먹고 살았고, 동생은 군입대로, 어머니도 홀로 편히 지낼 수 없다며 굳이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도 얼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으로만 켜신 채 솜이불을 깔고 덮고 지내시며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냈다.
 

삶으로 가르친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 크레인 업계에서 나름 에이스로 인정을 받으시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의 범위를 수도권은 물론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하셨다. 지방에서 조차도 제법 난이도가 높은 현장에서는 원할한 공사 진행을 위하여 기꺼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아버지를 찾았던 것이다. 
 
전날 무슨 일이 있었던지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근면성실함,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그날 현장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하는 치밀함,
함께 일하는 현장 근무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은 물론 다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현장 리더십,
등으로 항상 맡은 바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과 그 분야에서 구루(Guru)이자 장인(Master)으로서 전문성까지 인정 받으시며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찾는 분이었기에 당연히 나로서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삶으로 우리를 가르치셨다. 그래서 나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려고 노력했다. 아버지는 말씀이 많지 않으신 편이라서 내가 존경의 대상으로서만 바라보았지 가까이 하기에는 다소 먼 크나큰 당신이셨다.

존경의 대상에서 사랑으로

그런 아버지께 사랑으로 보다 따스하고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시간이 흘러 나 역시 나이가 하나둘씩 먹어가며 절대로 녹록치 않은 회사생활과 힘든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고 나름의 성공을 맛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아버지도 나처럼 모든 것을 내팽겨치고 싶으실때가 있으셨겠구나, 40즈음에는 이제 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제2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아버지도 그러셨겠구나 등 심적 갈등의 시기가 올때면 아버지가 떠올랐고 연민의 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아이가 크는 모습을 지켜보며 희노애락을 겪을때면 마찬가지로 그런 나를 지켜보셨을 아버지가 오버랩되기도했다.

그 이후부터는 부모님을 뵐때면 더 잘해드리고 싶었고 아버지께도 더 다가가 일부러 말을 걸었고 안아드리고 손도 붙잡으며 담소를 나누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며 존경에 사랑을 더하기 시작하자 너무 좋았다.

이제 그런 아버지가 더 오래 함께 곁에 해주시기를 기도하게 된다. 보다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나도 나의 자녀에게 나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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