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끄적임

나는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Ted.LEE 2024. 3. 11.

부족한 나의 의지

지난 12월 18일부터 인생 두 번째 책을 쓰겠다고 공표했다. 
그와 동시에 이 블로그에 1일 1글을 쓰겠다 다짐하고 그 글을 바탕으로 링크드인, 페이스북, 트위터(x), 인스타그램, 쓰레드 등 SNS에 동시 게재하며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선한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겠다 외쳤다. 
그리고 새벽 5시 기상과 동시에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비롯한 루틴을 만들어 작동시켰다. 
 
처음에는 책쓰기가 메인이었지만 어느 순간 블로그 글쓰기로, 다음은 링크드인으로 조금씩 나의 시간이 쏠리기 시작하면서 주객이 전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목격한 나는 애써 못본척, 그렇게 무시했던 것 같다. 소위 반응이 온다며 점점 더 시간 안배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져서인지 책 쓰기가 점점 버거워졌다. 잘 써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블로그와 링크드인 글쓰기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가면서 무엇인가 내 안에서 불편함, 부때낌현상 같은 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 잘났다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내가 이런 어려움도 극복한 사람이라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끊임없는 질문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두번째 책 쓰기도, 블로그/링크드인 글쓰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달리 방법은 없는 것 같아서, 이 한계점을 넘어서면, 극복하면 괜찮을 거라며 꾸역꾸역 끌고 나갔다. 가족과 함께 3.5주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기로 했던 약속이 있었기에 그전에 다른 것은 몰라도 두 번째 책 쓰기는 끝내고 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끝낼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이다 믿었다. 그게 그분의 뜻이라 믿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끝내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야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그렇게 떠나기 약 1주전쯤이었을까? 
링친분 중 한분, 고운세상 CEO이신 이주호(필립) 대표님의 포스팅이 나를 사로잡았다. 
크리스천이 아닌 저에게도 울림이 있네요, 정말 명저입니다 라며 소개해 주신 책이었다. 
 
'목적이 이끄는 삶'
 
나도 모르게 그 포스팅에 바로 댓글을 달았다. 
"크리스천인 저도 못 본 책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시니 자극이 됩니다. 저도 바로 꼭 사서 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나도 모르게 그 책은 내 책상 위에 있었다.
바로 서두 부분을 훑어보다 '이 책 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훑어보다 크게는 '다섯개 목적'이 눈에 들어왔고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졌다. 
작게는 Day1을 시작으로 Day40으로 흐르는 것을 보며 40일간 보라는 의미가 느껴졌다.
 
그러고서 만난 '나의 서약'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서약 페이지를 보는 순간, 나는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서약서, 나와의 약속 등 비슷한 흐름의 책을 몇번 봤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기억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잊혀진 책들. 
 
하지만 이 책의 '나의 서약'을 보는 순간, 나는 말 그대로 얼어 버렸다.
형식적으로, 즉흥적인 기분으로 그냥 이름 쓰고 사인하고 넘어갈 수 있는 흔한 책의 흔한 한 페이지가 아니었다. 
 
'나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앞으로 40일 동안 내 삶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을 발견하는 일에 헌신하겠습니다.'
 
하나님의 도움...
40일 동안...
하나님의 목적...
헌신...
 
나에게는 아주 무겁게 다가왔다. 
그렇게 '나의 서약' 페이지만 몇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마음을 다 잡고 내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고 아내에게 다가갔다. 
이 책은 파트너의 이름도 적고 사인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낫다는 성경구절과 함께. 
 

인간의 실수, 미루기 

울림이 있어 이 책을 들고 미국으로 가 40일의 여정을 함께 하려 했지만, 아내가 가뜩이나 3.5주 짐으로 가득한 캐리어를 가리키며 공간이 마땅치 않음을 얘기했고 나도 이내 3.5주 일정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책을 볼 시간이 있을까 싶기도 했고 40일의 여정에 온전히 집중해서 봐야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집에 두고 떠났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가면서도 책은 계속 틈틈히 쓰겠다며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바리바리 싸고 갔던 나이지 않았던가?
그렇게 건너가 2~3일 정도 한밤에 책 몇줄 더 써보겠다고 펼치다 결국에 나중에는 그냥 말 그대로 '짐'만 되었었다. 
 
어이없는 일이다. 차라리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책을 가져갔어야 했었건만.
 

나에게는 미뤄놓은 숙제, 하지만 그분의 이끄심

어쨌든, 그렇게 3.5주를 보내고 돌아왔다. 
 
아내는 여행의 피로와 시차 적응 등도 필요할테니 좀 쉬다가 두 번째 책 쓰기를 바로 이어서 하겠지, 했었을 것이다. 
나중에 나에게 토로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온 나의 마음이 향한 곳은  두번째 책 쓰기가 아닌 바로 그 책 속으로의 여행이었다. 
'목적이 이끄는 삶'
 
누군가 왜 그랬냐, 두번째 책부터 써야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이냐 등의 질문을 던진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내 마음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 무엇을 할 때 하더라도 일단 저 책을 본 이후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 아닌 의무.
 
그래서 미친 듯이 온종일 이 책만 붙들고 살았다. 연필로 줄을 치고, 책 모퉁이를 접고,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학원 졸업 후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전투적으로 봤던 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이 책을 읽은 이유와 목적

그렇게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무작정 붙들고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을 읽은 이유와 목적은 한참후인 지난 3.1절 연휴 기간 동안 우리집으로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을 모두 불러 가족모임을 하던 중 새벽녘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발견했다. 

 

'남은 삶 동안에는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변함없이 지켜나가야하는 삶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 나가고 싶어요. 영원한 기준. 물론 부족한 사람인지라 또 고난이 닥치고 어려움을 만나면 흔들리고 쓰러지고 뒤돌아보게 되겠죠.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변할텐데 과연 그런 기준이라는게 있을 수 있겠냐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더욱 영원한 기준을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아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그 책을 약 3주간 온전히 붙든 끝에 드디어 그리고 아쉽게도 그 책의 끝을 보았다. 그리고 내 삶을 끝냈다. 
그리고 그 책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의 길로 나를 이끌었다. 새로운 삶.

 

그런데 말입니다...

3월 8일 금요일 예배에서 인생 찬양 'The Blessing'을 만났다. 지금 이 글도 그곡을 들으며 쓰고 있다. 
3월 9일 토요일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3월 9일 토요일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내 차의 범퍼에 긁힘 자국을 남긴채 사라진 뺑소니(?) 사건으로 도전을 받았다.
3월 10일 일요일 2024년 포도원 첫번째 모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지기 해보는 것 어떠세요,라는 도전을 받았다. 
3월 11일 월요일 아내 차량을 정비센터에서 맡기고 기다리며 건강건진 신청하다 발생한 해프닝으로 도전을 받았다. 
3월 11일 월요일 정비센터 작업 이후의 차량에 발생한 해프닝으로 Advisor를 통해서 또 도전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저녁 아내에게 말했다. 

나한테 어떤 메시지를 주고 계신것 같은데 내가 잘 못 알아듣고 있는 것 같아. 
시험에 들게 하시려는 것일지도.
잘 알아 들어야 할텐데.


Amen

'성경의 가이드북'처럼 나를 이끌어 준 소중한 책. 성경과 함께 매일 꺼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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