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의 도구들

도대체 조직에다가 무슨 짓을 한 거야?

Ted.LEE 2024. 1. 24.

셋업 전문가?!

삼성전자에서 기업보안을 담당하던 시절 공교롭게도 늘 새롭게 시작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근무를 해왔다.

 

전년도에 진행된 경영진단 결과 IT보안 전문가를 확보하라는 대책으로 대리 주제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IT보안을 처음으로 총괄해야 했고,

 

전년도에 진행된 경영진단 결과 서남아 지역에 보안 전문가를 파견하라는 대책으로 과장 주제에 삼성전자 서남아 지역총괄 초대 보안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산하에 10개 법인을 포함한 서남아 전체 보안 체계를 잡아야 했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종합기술원이 위치한 미래기술캠퍼스에서 최초의 체감형 사이버 훈련을 통해 악성코드 감염률 제로를 달성하며 고군분투하며 지내나 싶었더니만

 

반도체 총괄 본사의 호출로 불려 들어가 새롭게 진단조사 파트장을 맡으며 최초로 해외법인 전체 보안진단 추진, 대규모 보안진단 TF 활동까지.

 

그렇게 항상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해야하다보니 자연스레 조직관리, 리더십, 소통, 팀빌딩 등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TED를 찾아보며 인사이트 얻는 걸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영문 이름마저도 TED LEE로 지을 만큼 TED를 내 노하우에 접목시켜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RED TEAM 팀장으로서의 부르심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속해 있던 기업 보안 조직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일어나면서 100여명이 넘는 인력들이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 나에게 또 다시 새롭게 주어진 미션은 RED TEAM 팀장을 맡아달라는 부르심! 이제 내부의 전문 해킹 조직을 만들어 내부 취약점을 스스로 찾는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 

 

하지만 나는 당시 이미 스페셜TF(?)에 끌려 들어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더래서 물리적인 한계로 일단 온라인 위주로 소통하며 버텼다. 간간히 당시 모시고 있던 상무님과 새롭게 편성된 RED TEAM에 유일하게 이전 조직에서 나랑 함께 이동한 팀원 1명을 통해서 RED TEAM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는데 각자의 성향과 색깔, 생각, 스타일이 너무 제각각이라서 많이 힘들다는 피드백. 고심이 깊어졌다.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일단 스페셜TF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던 그즈음 또다시 두 번째 종아리 근육 파열로 인하여 1달가량  병가를 쓰고 몸져 누워있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니 연이어 코로나 감염까지 겹쳐버렸다. 결국 팀장이라는 사람이 팀원을 만난 것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것도 목발을 짚고 무거운 몸을 이끈채.

 

RED TEAM Workshop 기획

나는 출근하자마자 1on1 미팅을 통해서 심도깊게 소통하고, 그동안 내부는 물론 BOB를 비롯한 외부의 다양한 채널을 총동원해서 센싱한 우리 팀원들에 대한 정보와 접목하여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상무님께도 진척현황을 보고 드렸지만 이미 그들과 여러 일을 겪어보셨더래서인지 다소 부정적이셨다. 

 

판이 다 짜여지자 상무님께 RED TEAM Workshop을 할 테니 반나절만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끈질긴 설득 끝에 Workshop 승인을 받아내곤 팀원들에게 일정을 공지하며 1주일의 시간을 줄 테니 과제를 제출하라고 했다. 

 

  • 과제 1 : "지금 우리 조직의 현재 모습",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 달성해야 할 미래 모습" 이미지를 찾아보고 제출
  • 과제 2 : 우리 조직에서 "당장 중단해야 할 일", "다르게 해야 할 일",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일"을 고민해 올 것

그렇게 시간이 흘러 Workshop 바로 전날. 팀원들에게 참석할 때 다른건 다 필요없으니 반드시 챙겨 올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그건 바로 『Open Mind』!

 

Workshop 당일이 되자 부정적이고 걱정 많으셨던 상무님께서도 뭐라도 지원해 주고 싶으셨는지 당일날 팀원들과의 점심을 준비해 주시고는 오후에 진행되는 Workshop을 잘 진행해 보라는 격려를 나눠주셨다. 

 

RED TEAM Workshop D-day

그렇게 시작된 Workshop.

 

  1. Opening (10) : 가슴뛰는 영상과 함께 Workshop 전체가 기대되도록 워밍업
    1. (가슴뛰는 영상) TED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TED Intro 영상 함께 시청 (하단의 영상 참고)
    2. (변화를 원하면 가장 먼저 앞장서거나, 그게 아니면 옳다고 생각하는 변화에 방관자가 아닌 적극 참여하라!) Derek Silvers의 How To Start a movement 함께 시청 (하단의 영상 참고)
  2. Present vs Future (20분) : 각자 미리 준비해 온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표현하는 이미지 보여주고 설명하며 나누기
  3. Stop, Change and Add (150) : 각자 미리 준비해 온 과제 2를 설명하며 나누기 (평가와 비판은 하지 않는다!)
    1. 퍼실리테이션 기법 중 Wandering Flip Chart를 응용하여 중단해야 할 것(STOP), 현재와 다르게 해야 할 것(CHANGE), 새롭게 해야 할 것(ADD)이라는 3개 주제별로 자신의 생각을 포스트잇 한장당 하나의 의견만을 기입해서 벽의 3개 주제별 영역에 붙이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 
    2. 설명이 끝나면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질문만 할 수 있고, 제시한 아이디어에 평가와 비판은 금지
    3. 모든 의견 공유가 끝나면 주제별로 투표를 실시하여 주제별 Action Item TOP 3를 선정
  4. Mission and Scope (50분) : 팀의 미션과 업무 범위에 대하여 토론하며 Mind map으로 정리
  5. Wrap up (10분) : Workshop 정리 

우리는 Workshop을 잘 마친 후, 팀원들의 추천으로 모아진 저녁 장소 후보군 3곳 중 마침 신입사원이 있어서 그중에서 자신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여 오후 5시에 바로 회사 밖으로 나가서 못다 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며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갔다. 

 

Workshop 후 반응

다행히 Workshop에 대한 팀원들의 주요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 회사에 들어와서 이런 Workshop은 처음이었습니다!

-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공감도 해보고, 때로는 저 사람이 저런 생각도 하는구나 식의 놀라움도 있었고, 무엇보다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어서 너무 유익했습니다!

- 특히 <Present vs Future> 시간에는 파트원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전에는 왜 서로가 그것을 몰랐을까, 그만큼 서로 소통이 잘 안되었나, 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것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멋진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Workshop 후 찾아온 변화들

Workshop 이후에는 어찌된 일인지 우리 팀원들이 원했던 조직의 앉는 위치 이동을 비롯한 다양한 VOC가 해소되며 다들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Workshop 때 정한 TOP 3 아이템을 하나둘씩 실천에 옮겨나가면서 업무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가시적인 성과물을 하나둘씩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달 후 상무님께서 자리로 불러 흡족한 미소로 말씀하셨다. 

 

이 파트장, 도대체 조직에다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보기 너무 좋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이후에도 우리 조직만의 학습 세미나 조직 RED DAY 운영, 전세계 TOP 해킹대회인 DEFCON 연합팀으로 참가해 예선전을 통과하더니만 결승에서 대망의 8월 15일 광복절날 3위라는 쾌거를 달성해 나가며 역사를 만들어 나가시 시작했다.

 

 

가슴뛰는 TED 소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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